농사이야기

논뚝을 떼우는 것은

무당 거미 2010. 3. 15. 22:08

  벌써 3월입니다. 들판에는 벌써 냉이를 캐는 사람들이 간간이 보입니다. 봄이 곧 올 것 같더니 오늘은 봄비뒤에 바람이 세차게 불어옵니다.

  겨울비에 논뚝이 터졌습니다.

  작년 한해동안 물관리와 모심기, 잡초뽑기, 논뚝베기, 추수, 나락말리기, 정미소 옮기기, 보관하기 등 힘들게 보낸 기억이 납니다.

  휴일을 이용하여 논뚝 터진 곳을 수리하였습니다. 5곳이나 되어서 정신없이 하였습니다. 월요일 비가 온다고 하여 도랑치기 부터해야 했습니다. 결국 큰구멍 2곳을 수리하지 못하였습니다.  

 

 

 

 

 

 

 

 

 

 

 

 

 

 

  

 

 

 

 

 

 

 

 

 

 

 

 

 

 

  말뚝을 만들었습니다.

  익숙하지 않는 도끼질에 마음 먹은 곳과 찍히는 곳이 매번 달라집니다.

  정조준하여 내리쳐도 엉뚱한 곳으로 갑니다. 

  그리고 혼자서 이리저리 삽질을 하였습니다. 허리가 아파왔습니다. 

  한삽한삽 떠서 올렸습니다. 아랫논에서 윗논으로 차곡차곡 밟기도 하며 다졌습니다. 

 

 

  마음을 다스리는 일이

  말뚝을 다듬는 것처럼, 논뚝을 떼우는 것처럼, 삽질을 하는 것처럼

  처음 대하는 것을, 익숙하지 않는 것을, 뜻밖의 상황에서 떨림없이 잘 할 수 있게 연습하는 것과 같습니다.

  말뚝을 박는 일도 가슴을 치듯 아파해야 비로소 정확히 세울 수 있다는 것을,

  막혀진 가슴이 도랑을 파듯 한삽 떠올린 모래가 허물어 질 때 비로소 물길이 될 수 있다는 것을,

막혔던 오해들이 아무 것도 아닌 것에서부터 풀릴 수 있다는 것을 논뚝을 우며 알았습니다.

 

  돌아오는 길에는

  비로 인해 그만두어야 했던 논뚝이 내 머리속에 가득찼습니다. 

  집으로 돌아오고도 논뚝을 우며 밤을 보내야 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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