농사이야기

살초대첩 후 평온해진 논

무당 거미 2011. 8. 19. 12:41

농사일지  

  올해 여름은 비로 뒤덮은 날 들이 많다. 태풍과 비로 인해 채소값이 폭등하고 특히 고추가 흉작으로 예년에 비해 무척 비싸다. 도시에서 품질 좋은 고추(가루)를 구하려고 농촌에 수소문해도 작황이 좋지 않아 구하기 힘 든다고 한다.

  여름 무더위에 논에서는 벼가 쑥쑥 자라지만 뜨겁지 않는 날씨에는 벼가 잘 자라지 않는다. 며칠동안 햇볕이 그리운 날의 연속이다.

  지난달 초 “살초대첩”을 실시한 후에 논에서는 많은 변화가 일어났다. 농약을 사용하지 않으려는 기본정신을 어기면서도 잡초(피)를 제거하기 위해 불가피하게 실시하였던 제초작업 후에 논은 이제 농사짓는 논같이 보여진다.

  논고랑에는 개구리와 물방개가 부평초 아래위로 낮은 포복을 하고, 도랑물은 이삭이 트는 벼 뿌리를 간질이며 흐르고 있다. 바랭이 풀은 논뚝을 점령하고, 메뚜기는 거미집 그물을 곡예하듯 소리내며 날아다니고 있다. 박주가리(새밥) 줄기는 산딸기 가시나무를 감싸며 하늘을 뚫으려 올라가고 있다. 매미는 여름이 아쉬운지 버드나무 줄기가 떨리도록 울어 댄다.

  쪼그려 앉아 농약을 치지 않는 논둑을 베다보니 두더지가 내어 놓은 구멍으로 물이 새고 있었다. 많은 비라도 오면 작은 구멍이 논둑을 무너뜨리고 크게는 논둑의 형태를 변형시키기도 한다. 올해 유난히 그러한 일이 많이 발생하였다.

  논에서는 몇 군데 이외에 작년처럼 잡초가 자라지만 논다운 모습을 보이고 있다. 윗 논을 부치는 어르신도 이제는 “논 같다”라며 격려해 주신다. “살초대첩” 전에는 잡초 밭 같았지만 이제는 올해 찰벼와 일반미로 현미를 만들어 맛있게 먹을 수 있을 듯 하였다.

  여름 긴 더위가 나쁘지만은 않다. 처서(處暑)를 앞두고 날씨가 아침저녁으로는 가을같은 선선함을 느끼게 한다. 마치 김지연의 <찬바람이 불면>이란 노래를 떠오르게 한다. 시월에 곡식 거둘 때까지 적당한 비와 햇살이 골고루 비추어 주었으면 좋겠다. 없는 사람, 있는 사람, 아픈 사람, 건강한 사람, 자전거 타는 사람, 뛰어다니는 사람, 화내는 사람, 웃는 사람, 어린아이와 어른, 남자와 여자, 누구에게나 모두에게 공평하고, 따뜻하게, 그렇게 비추어 주었으면 좋겠다. 자연과 시간은 늘 그렇게 우리에게 교훈을 준다. 농사를 짓다보니 새삼 느낀다. 

 김지연 <찬바람이 불면> 노래 링크 : http://blog.naver.com/doors60/120132385135

 

 

멀리 청량산이 가까이 보인다.

 

논 가운데 전봇대는 광복절에도 곧게 서 있다.


곧다1 [-따]


 

 

 

 

벼가 아픔을 잊고 잘 자라고 있다.

 

 

 

두더쥐가 만들어 놓은 구멍으로 논뚝을 무너뜨리고 있다.

 

 

살초대첩 후 벼는 잘 자라고 있다

 

내 눈에는 하트처럼 보였다.

 

 

 

 

거미집에 하늘이 걸려 있다.

 

 

거미알에서 부화한 새끼들

 

 

손으로 살짝 건들면 쫘르르 흩어진다.

 

 

벼이삭이 피었다.

 

 

 

 

 

 

 

 

메뚜기의 영역이 아름답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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