논이 말라 가고 있다. 2,3번 논에는 어린 벼가 노랗게 변하였다. 논에 심은 벼가 아니라 밭에 심은 듯한 모습이다. 이번 주에는 장마비가 내린다고 하였다. 하지만 이미 말라버린 어린 벼와 그 사이에 밀림처럼 우거진 잡초(피)들의 향연을 어떻게 처리해야 할지도 문제가 된다. 양수기로 지하수를 퍼 올리고 있지만 양이 얼마되지 않아서 1번 논에 겨우 마르지 않을 정도이다. 타이머를 달아서 자주 들어다 보지 않아서 좋기는 하다.
논뚝에 심어 놓은 검은 콩이 하늘을 향해 기지개를 펴며 솟아오르고 있다. 그 작은 떡잎이 살며시 고개를 내미는 것이 신기하다. 큰어머니께 카메라로 찍은 화면을 보여 주었더니 평생 농사짓는 분이시지만 그 모습이 귀엽다고 말씀하신다. 생명과 자연에 대한 본능적 표현으로 느꼈다. 평생 그렇게 자신의 뜰을 가꾸며, 자연에 순응하며, 사시던 모습이 작은 곡물하나에도 감탄하며 즐거워하는 것이 농부들의 심정인 모양이다. 3년차 벼농사 꾼이 되어 올해에도 첫 단추가 잘못 끼워진 것 같지만 그러나 포기하지는 않겠다.
연일 날씨가 덥다. 장마비로 더위는 물려가겠지만, 들녁에는 장마가 오기 전에 양파, 감자, 사과나무 적과와 약치기, 고추밭 지지대 세우기, 잡초뽑기 등 많은 일들이 앞서서 해야 된다. 올해 사과와 복숭아꽃이 예년에 비해 또 좋지 않는 모양이다. 요즘 사과값이 무척 내렸다. 사먹는 우리는 좋을 수 있지만 저장하고 판매해야 되는 농민들은 손해가 없었으면 한다. 농촌 일손돕기로 분주한 한 주이기도 하지만 농부의 마음같지는 않을 것이다. 비와 바람, 그리고 햇볕이 적당하고 목마를 때 한 컵의 냉수처럼, 자연속에서도 적당한 바람과 비가 내렸으면 좋겠다. 제주에서 올라 오는 이번 장마로 피해가 없었으면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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