농사일지2011.07.02.토
장마기간 중이지만 잠시 소강상태가 되어 날씨가 무척 덥다. 수영장에서 하루 종일 놀면 좋다는 생각을 할 정도이다. 새벽 6시에 피와 모가 구분되지 않는 논에 “살초대첩”을 하려 간다. 벌써 해는 중천에 뜬 듯한 새벽은 밝았다. 겨울엔 이시간이 새벽이지만 요즘은 아침정도라고나 할까, 그렇게 날이 밝았다. 안동댐 근처에 도착하니 안개와 구름이 멋있게 깔려 있었다. 이런 날에는 날씨가 무척 덥다는 생각이 직감적, 또 경험상 알게 되었다. 살초대첩(피, 제초작업)을 하려면 물을 빼고 마른논에 저독성 액상수화제 “살초대첩”을 쳐야 효과적이라 어제 퇴근 후 논둑을 다니다가 뱀(화사)을 보았다. 개구리는 잡으려 다니는지 논둑에 구멍을 내는 두더쥐를 잡으려 다니는지, 논둑이 터진 곳에서 만나게 되었다. 반가웠다. 개구리, 땅강아지, 거미, 뱀, 메뚜기, 지렁이, 귀뚜라미 등 곤충과 동물들이 많다는 것은 건강하고 자연적인 곳이라 생각된다. 지난해 그 많던 메뚜기가 탈곡기에 잘려 나오는 것이 몹시 안타까웠다.
그을림이 두려워 농사용 헌 긴팔 옷을 입고 논에 도착하였다. 큰아버지께서 경운기에 실린 분무기를 내리고 “살초대첩”을 1병(100㎖)를 5말에 타서 1번 논으로 들어갔다. 예전에는 논에는 손으로 치는 과립형제초제약이 없어서 분무기로 이용하여 농약을 쳤다고 하였다. 그런데 요즘은 혼자서도 어깨에 메고 이른 아침이나, 늦은 해거름에 제초제를 치기가 좋다. 오늘은 후기 제초제인 “살초대첩”을 살포하기 위해서는 분무기를 사용할 수밖에 없다.
논에 들어가니 피인지 벼인지 구분이 가지 않는다. 그래서 골을 밟고 가는 것이 아니라 그냥 발이 닿는 대로 걸어갔다. 물이 빠져서 딱딱해진 곳에서는 걷기가 좋다. 이번에 잡초를 잡지 못하면 칠팔월의 햇살에 벼가 커가는 조건을 만들어주지 못하게 되는 것이다. 어찌하든지 이번 제초작업에서 피를 잡아야 한다. 경운기에 연결한 분무기 압력이 어깨에 전달받으며 1,2,3번 논으로 약을 쳤다. 10시경이 되어 큰집 논으로 가서 잡초가 조금밖에 없지만 같은 약을 쳤다. 작년 우리 논보다는 잡초가 덜하지만 그래도 실험적으로 친다는 큰아버지 말씀이 있었다. 하나하나 배울 점이 많다. 모두 경험적이다. 끈 묶는 방법까지도 좋은 가르침이 였다.
날씨가 덥지만 오전에 제초작업을 마친 것이 다행이다. 내일부터 월요일까지 비가 내린다니 오늘 밖에는 시간이 없었다. 이제 3일후에 물을 대어주고 2주후에 잡초가 사라지는지 지켜봐야겠다. 그리고 논둑에 심어놓은 검은 콩에게는 피해가 안가야 할 텐데 “살초대첩” 고추와 콩, 등의 작물에게는 해를 입을 수 있다는 주의사항에 조심하여 작업했지만 바람의 방향에 따라 콩에 갔을 수도 있다. 서울 경기지방과 달리 경북 북부지방엔 요즘 비가 조금 인색한 모양이다. 그러나 강원도에서 낙동강을 타고 내려온 강물은 안동호를 많이 채웠다. 황토물의 안동호에 수상스키 놀이기구가 혼자 넓은 호수에 떠 있다. 바람따라, 물결따라, 출렁인다. 나도 구름따라, 세월따라 흘러간다. 걱정없이 웃음만 가득하지는 않지만 오늘 힘든 제초작업도 내게는 즐거움이 되었다.
잡초로 인해 어디가 골인지, 피인지, 논인지, 밭인지 구분이 되지 않았다. 문득 이육사 시구절이 생각났다. 1940년 문장지에 발표된 내용이다.
절정(絶頂)
- 이육사
매운 계절(季節)의 채쭉에 갈겨
마츰내 북방(北方)으로 휩쓸려오다.
하늘도 그만 지쳐 끝난 고원(高原)
서리빨 칼날진 그 우에 서다.
어데다 무릎을 꿇어야 하나
한 발 재겨 디딜 곳조차 없다.
이러매 눈 감아 생각해 볼밖에
겨울은 강철로 된 무지갠가 보다.
({문장} 12호, 1940.1)
분수기 설치
피와 벼가 구분되지 않는 찹초 무성한 논
큰집 논에는 벼가 잘 커가고 있다
한가로운 엄마염소와 아기염소
그물망에 걸린 쇠파리
이웃집 논둑이 터진 모습
안동호에 물이 차 있는 모습
안동호 제트스키 놀이장
안동댐에서 제일 넓은 곳(구,예안)
논에서 만난 꽃뱀
논둑이 터진 2곳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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