느리게 살기

봄나물 캐기

무당 거미 2010. 4. 6. 21:34

 봄이 되었다. 들녁에는  농부들이 분주하게 움직인다. 5일장에는 할머니가 봄나물을 한묶음씩 팔고 있는 모습을 쉽게 볼 수 있다. 국보(제15호)가 있는 안동시 서후면 태장리방면 <봉정사>로 가다가  서후면 교리로 핸들을 돌렸다. 저수지에는 세월을 낚는 사람들이 보였다. 시골이라 조용하고 아늑한 마을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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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쑥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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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집을 나서니 눈부시다. 이렇게 좋은 날, 그냥 집에 있기에는 아까운 시간들이다. 정훈희의 <꽃밭에서> 노래가 절로 나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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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눈을 다시 뜨니 눈앞에 다가서는 건물, <색채 행복 어린이집>이 나의 눈을 자극하였다. 봄의 색깔은 나에게는 어떤 색으로 비칠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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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아늑한 동네 입구가 내집처럼 정겹게 느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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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저수지 남쪽에 앉아서 낚시대를 드리우고 봄바람을 가슴에 안고 세월을 낚는 사람의 여유로움에 또 한곡의 노래가 생각난다. 김문규의 <여백> 이다. 전주로 이어지는 키타소리가 인상적인 곡이다. 나의 평생 지표처럼 떠오르는 말도 포함하고, 여유와 느림의 미학을 깨닫게 하는 가르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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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논에는 아직 걷어내지 않은 짚단이 누워있다.  우리 논에도 아직 물먹은 겨울 짚단이 바닥에 아프게 누워있다.  봄이 왔는데도 봄을 느끼지 못하고 굽은 등어리를 어루만지며, 젖은 이슬을 머금어야하는 겨울이야기들이 슬프게 깔려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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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적벽돌에 푸른기와를 멋스럽게 올린 슬라브집이 보인다. 담처럼 심어 놓은 나무들이 짙어 가는 봄을 알리고 있다. 비닐하우스 안에는 그들의 마음을 가두고, 농사에 대한 정성과 세월에 대한 한숨들을 가두어 풍년의 온기를 유지하고 있겠지. 세월따라 흘러가야하는 관절의 아픔도 눈물도 자신도 모르게 담아 놓고 있겠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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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겨울을 뚫고 올라온 봄나물을 아기자기 다듬고 있는 사람들로부터 계절의 소중함을 느낄 수 있다. 한줌, 한시간, 소중하지 않는 것이 어디 있으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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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한해동안 어떠한 마음이였던가?  혹시나, 얼음처럼 꽁꽁 얼어버려서 거친 말 한마디마다 노여움을 담지 않았는가?   지독한 추위를 격으며 동안거(冬安居)의 시간을 보낸 후, 봄바람을 어떠한 마음으로 맞이하고 있는가? 내가 안고 가야하는 나의 항아리를 스스로 깨어버리지 않았는가?  봄 햇살을 맞이하는 사람들의 마음속에서는 봄의 느낌이 어떤 것 일까? 문득 궁금해진다.(위사진, 잠시 85mm1.8 렌즈를 써보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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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봄나물을 뜯고 있는 것은 마치 자신의 결점은 하나하나 뽑고 있는 수행자의 모습처럼 보이기도 한다.  날선 칼을 집어 들고 낮은 산을 넘어서 비치는 햇살을 잘라 양파의 껍집을 하나하나 벗겨 놓으며 봄의 여신에게 자신을 풀어 놓는 것 같다. 마음을 다듬는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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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지표를 양발로 딛고 있지만, 엉덩이를 들썩이며 그네를 타듯 봄의 무게를 흔들고 있다.   세월앞에 맞서는 사람이 있을까? 봄바람에 흔들리지 않는 사람이 있을까?   자연앞에 너무나 약한 존재였던 우리가 그것을 깨우는 것 또한 오늘은 우리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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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두더지처럼 긴 터널을 뚥고 봄을 알리는 봄 나물을 구부려 맞이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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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과연 그러한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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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곳에서도 버스가 다닌다.  어릴적, 여름 신작로에 먼지를 일으키며 시간을 달리던 낡은 버스처럼,  이곳에서도 농부들에게 오후시간을 알리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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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렌즈를 통해 멈춘 웃음과 몸짓.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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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쑥이다. 어머니가 좋아하셨던 쑥이다.  쌀가루를 무쳐 찐, 쑥떡이 그리운 하루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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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쑥의 생명력에 경의를 표한다. 히로시마 원폭후 이듬해 쑥만이 만발하였다는 확인하지 못한 말처럼 쑥은 신화의 일부처럼 오래도록 우리곁에 있었다. 겨울 약숙(인진쑥)을 뿌리째 캐서 호박과 대추를 넣고, 다려 먹었던 어느 한때처럼 쓰디 쓴 기억들이 봄나물 쑥에 대한 일반론적 가치를 깨달으며 그날 하루를 마무리 하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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