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행

봉화 청량산 하늘다리에서는 바람과 나 둘뿐이였다

무당 거미 2012. 12. 27. 23:32

 

 

봉화 청량산 하늘다리에서는 바람과 나 둘뿐이였다.


- 2012년 12월 27일 목요일 맑음

- 참석 : 숙직후 나홀로

- 높이 : 淸凉山 하늘다리        丈人峯 870m

- 출발 : 청량산 입구(11:20)→청량산 팔각정 주차장(11:26)→팔각정에서 산행시작(11:30)→청량사(11:54)→뒷실고개(12:23)→하늘다리(12:31)→김밥먹고 하산(1:00)→뒷실고개(1:11)→청량사(1:26)→팔각정 주차장(1:52)

(총 산행 소요시간 약 2시간20분)

- 하늘다리까지 오르는 시간(1:00)

- 뒷실고개에서 청량사까지 내려오는 시간(15분)

 

 

   숙직 후 집에 와서 옷을 챙기고 신문대금과 도시가스비를 내고, 혼자 청량산으로 향하였다. 

   늦은 출발로 팔각정에서 청량사로 오르기로 하였다. 평일이어서 사람들이 보이지 않았다. 청량사 올라가는 길에 나이 드신 노부부께서 내려오고 있었다. 청량사가 보이고 안심당(전통찻집)앞에 섰다. 안심당 입구에 쓰인 글이 가슴에 와 닿았다. 


<산행에 만난 글>


 바람이 소리를 만나면


바림이 소리를 만나면

꽃이 필까 잎이 질까

아무도 모르는 세계의 저쪽

아득한

어느 먼 나라의 눈 소식이라도 들릴까


바람이 소리를 만나면

저녁연기 가늘게 피어오르는

청량의 산사에 방이 올까

창호문에 그림다

고요히 어른어릴까

 -청량산인-


 

  청량사에는 스님이 몇 번 쳤던 목탁소리가 계곡을 울리며 낮게 밀려가고 있었다.

  청량사 삼각우송은 바람소리에도 움직이지 않았다. 난 그 옆을 지나 하늘다리로 가장 빨리 올라갈 수 있는 뒷실고개 길로 향하였다. 웅성이며 지나치는 70대의 어르신 몇 분이 지나 간 후에 계곡은 조용하였다. 바람소리에 부딪히는 마른가지가 아프게 느껴지기도 하였다. 뒷실고개에 도착하니 숨이 턱까지 차왔다. 체력이 약해진 듯 느껴졌다.

  산인들이 걸쳐 놓은 오색의 표식들이 바람에 펄럭이고 있었다. 주위에는 아무도 없었다. 겨울바람이 나무 등을 타고 갈라졌다. 빛을 따라 눈을 돌리니 바람과 나무가 마주쳐 소리를 나눠놓고, 빛을 갈라놓고, 내 마음도 흩어 놓았다. 계곡에서 차 올라오는 겨울바람이 귀를 시리게 만들었다. 그 시간 혼자였다.  

  하늘다리에서 삼각대를 폈다. 혼자서 사진을 찍고, 다리를 건너고, 김밥을 먹고, 뒷걸음으로도 가고, 커다란 쇠 너트를 만져보고, 흔들어 보고, 풍경을 찍고, 하늘다리위에서 발걸음으로 흔들어도 보았다. 여기에서도 바람과 나 뿐이였다. 그 순간 나는 주인공이 되기 싫었다. 어느 누구의 간절한 소망이고 싶다. 흔들리는 마음을 잡듯이 넘어질 듯 한 몸부림에 손을 내밀어 잡아주고 싶은 손이고 싶다. 없는 듯 있고 싶다. 나의 작은 온기가 받는 이에게 힘이 되는 느낌이 되고 싶다. 그렇다고 그것을 내세우거나 보답을 바라는 것은 아니다. 그냥 그것이 좋을 뿐이고 그렇게 하고 싶은 것이다. 바위에 박혀있는 저 붉은 돌이 또 다시 내 가슴에 새긴 지나온 이야기처럼 아프게 만든다.

  내려오는 길에는 발걸음을 빨리했다. 청량사에 도착하니 많은 사람들이  올라왔다. 사진 한 컷을 부탁하고 팔각정으로 내려왔다.

  음지에는 흰 눈이 녹지 않고 아픈 어깨처럼 남아 있다. 사람들이 다니는 길에는 사람만이 다니라고 깨끗하게 만들어 놓았다.

  어머니 같은 청량산을 어머니산소보다 많이 또 빨리 다녀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