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산을 향하는 마음
북한산(삼각산)을 향하는 마음
- 2010년 6월 28일 월요일
산은 내게는 어떤 존재일까? 존재라는 것은 있다는 것이다. 있는 것 중에는 유형과 무형의 형태가 있다. 그리움, 미움, 사랑, 정, 시간, 행복 등 보이지 않는 것들이지만 존재한다고 할 수 있다. 유형의 모습은 눈으로 보이는 모든 것이다. 자동차, 건물, 길, 우산, 눈물, 손, 구두, 산, HO₂ 등이다.
존재하는 것들 중에 중요한 것은 유형보다는 무형인 것 같다. 느끼는 것들에 대한 행복은 보이지 않는 것들로부터 시작된다고 여겨진다. ‘자동차’ ‘빌딩’ ‘컴퓨터’ 등 옛날에는 없던 것인데 무형에서 유형으로 만들어 낸 것이다. 생각하고 마음속으로 가지는 것들이 더 큰 결과를 가질 수도 있다. 또한 헤아릴 수 없는 마음속에 것들로 인해 사람과 사람이 얽혀 살아가기도 하고 미워하며 돌아서기도 한다.
물론, 존재하는 것들 중에 자연의 하나로 존재하는 것들도 많다. 넓은 바다와 산맥들은 유형의 것이지만 사람을 중심으로 봐서도 중요하다.
유형의 것들 중에 높은 산과 낮은 바다가 있어 비가 내리면 골을 타고 흘러 물길을 따라 장소와 시간을 조절하며 높고 낮음에 따라 음지와 양지를 구분하고, 습도와 온도로 형태와 가치를 나타내기도 한다.
그러므로 산은 내게 어떤 존재일까? 하는 생각이 든다. 일주일간의 교육으로 한양을 가게 되었다. 마침 교육장소가 북한산(삼각산)자락이며 무척 가까운 곳이어서 그렇게 그리던 북한산을 다시 가게 될 수 있다는 기대와 행복감에 젖어 있었다.
교육전날에 올라가서 북한산을 오르고, 교육을 마치고 도봉산과 관악산을 간다는 계획을 세웠다. 부푼 마음에 준비를 하고 그날을 기다리는 하루하루가 되었다. 그러나 예기치 못한 일이 발생하였다. 일기예보를 보니 가는 날과 교육마치는 날에 비가 온다는 예보이다. 일기예보가 더러는 틀릴 수도 있다는, 예보는 예보일 뿐이라고 위로하며, 부피가 큰 등산화를 배낭에 넣었다.
예상 출발일인 6월 25일 금요일에 비가 내리기 시작하였다. 내일이면 그치겠지 하는 기대감으로 보냈다. 토요일 아침에도 한양으로 출발하지 못했다. 일요일도 마찬가지였다. 월요일 새벽 일찍 교육시간에 맞추어 첫차를 타고 올라갔다.
교육시간은 조금 지루했다. 대부분 알고 있는 것들 이였다. 틈나는 시간마다 가지고 간 김훈의 “칼의 노래”를 읽었다. 상권밖에 없어서 빨리 읽어버린 것을 후회했다. 그래서 교육을 마치고 명동, 남대문, 동대문으로 돌아다니다가 동대문 헌책방동네를 발견하고 몇 권의 책을 골랐다. 그러나 교육시간동안 내 머릿속에는 온통 북한산에 가있었다. 뒤로 보이는 북한산 ‘족두리봉’이 눈에 찼다.
망우역인 친구집에서 불광동까지 오가는 시간에는 오래전에 샀던 MP3를 이용하여 무료한 지하철 이동시간을 음악으로 즐겼다. 지하철 풍경이 2002년과는 많이 달랐다. 그때에는 책을 든 사람들이 많이 보였는데, 이제는 책을 든 사람들보다 DMB와 아이폰으로 실시간 정보를 탐독하고 있었다. 빠른 정보의 큰 장점인 트위터를 잘 이용하고 있는 것 같았다. 또한 500원 인가 하는 조간, 석간신문을 사보던 것이 아니고 지하철 입구에 놓인 무료신문을 많은 사람들이 이용하고 있었다.
난 한동안 먼 곳에서 생활하고 있었다는 느낌이 들었다. 그래도 내 머리속에는 산이 꽉 차 있었다. 쉬는 시간과 점심시간에는 휴게실에서 인터넷을 통해 족두리봉으로 올라 비봉과 사모바위로 향하고 있었다.
일기예보가 정확하였다. 교육을 마치는 7월 3일과 4일에도 비가 내린다는 예보이다. 촌에서 말라가는 논바닥에는 비가 필요할지 몰라도 산을 향하는 지금의 내 마음은 흐리더라도 좋다 비만 오지 말아달라는 기원으로 목요일 밤을 보냈다.
금요일에 교육일정을 빨리 마무리하고 산에 올라가려는 마음도 허사가 되었다. 출근시간에 불광동 지하철역을 나오니 비가 내리고 있었다. 오랫동안 빗속의 거리를 쳐다보았다.
아!~ 비는 내려야 할 곳에, 내려야 할 시기에 내려주지 않고, 내가 바라는 마음과 달리 일주일간 애타는 마음으로 보냈던 것을 끝내 허물어 놓았다. 3단으로 접힌 작은 우산을 배낭에서 꺼내어 빗속을 걸어갔다. “내려라 비야! 그래!~ 시원하게 내려라 오늘만 있는 것도 아니고 또다시 기회가 있겠지! 차라리 말라가는 촌 논에 벼의 몸을 씻고 두근거리던 기다림의 굴곡을 잔잔히 채워라!” 하는 맘으로 위로를 하였다.
비는 쉬는 시간에도 건물을 이어주는 투명터널에 시끄럽게 내리고 있었다. 쏟아지는 비를 보며 더 이상 일기예보에 대한 빗나간 기대를 거두었다.
교육을 마치고 떠나는 사람들을 뒤로하고 인터넷으로 다시 한번 비의 양을 확인하고, 교육시간 전후로 산행의 기대감으로 며칠간 행복했던 마음만을 간직한 채로 교육장을 나왔다. (2010년 7월 4일)
<아래는 일정동안 찍은 사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