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와 나의 넋두리 41

퇴직자의 인사말 "그동안 감사했습니다"

메일함 용량이 가득하여 정리하다가 잠시 멈추었다. 퇴직 인사말을 받은 것이 지난 2020년 6월 말경이였다. 그때는 인사말 내용을 느끼지 못했다. 여느 퇴직자의 간단한 작별의 말이라고 생각했다. 많은 퇴직자의 메일을 받았다. 그들의 말속에 때로는 후회 또는 회한이 있었고, 때로는 기쁨과 영광의 말도 있었다. 여러가지를 새겨놓은 퇴직자의 말을 이제 새롭게 보게 되었다. 이 분은 평소 성실함과 인품으로 직장생활 중에 인연이 되었던 분이였다. 물론 긴이야기와 사적 만남은 없었지만 여러차례 업무로 인사를 나누던 분이였다. 메일을 받은 몇달 후 비보[悲報]를 들었던 것으로 기억된다. 한마디로 놀라웠다. 퇴직할 때 그렇게 심각한 줄은 몰랐었다. 그리고 이제 그의 말이 귀에 사무친다. "부디 저와 같은 과정을 걷지 ..

손가락 가시, 詩한편

그까짓 손가락에 가시쯤이야! 가슴속에 맺힌 그리움보다 아플까? 그래도 아프다! 열손가락 깨물어도 안 아픈 손가락 없다는 말, 작은 것에도 아팠다. 손가락 가시 텃밭을 가꾸다가 아카시아 가시에 찔렸다 검지는 오랫동안 낫지 않아 손가락질한 방향에 반성을 하고 때론 속에서 가시가 돋는 듯하다 땅에 기운이 손가락에 모여 지축을 흔들어 가며 걷는다 질시(嫉視)를 하던 행동을 반성하고 고통스런 밤이 붉게 붓더니 둥글게 다시 아침이 왔다 독이 없어 가시를 가진 외모라고 정곡(正鵠)을 찌르는 말 텃밭에는 햇빛이 가시처럼 새싹으로 뿌리내리고 큰 바람이 바위를 움직이듯 불어온다. 위 사진 출처 https://blog.naver.com/1478037/10004334631

한편의 詩 "옷고름"

한편의 詩 "옷고름" 제사가 많은 종가에는 종부의 할일은 누워서도 걱정이 앞선다. 대소가 어른들이 종가에 모여 제사나 큰 일을 하려면 종부의 손은 마를 날이 없다. 그렇게 어렵던 시어머니도 떠나시고, 이제 발을 좀 쭉 펴며 살아 갈 위치가 되니, 가족형태가 핵가족으로 되고, 군불 넣던 가마솥이 전기밥솥으로 바뀌었다. 오래 전 행주치마로 눈물을 닦아야 했던 시절이 생각난다. 할 말이 얼마나 많을까? 묻어 두거나, 가슴으로 삭힌 시간이 얼마나 많을까? 명절이 되어 오랜만에 찾아온 손녀의 한복 고름을 만져 주었다. 가슴 위치에서 맺히는 옷고름 여필종부(女必從夫)라는 옛 글에 가슴이 아프다. "예쁜 아가야! 매듭은 이렇게 만든단다!" 색동 옷을 입을려면 매듭을 이렇게 만들어야 한다.

<시> 엉겅퀴

[장석남의 시로 가꾸는 정원] [124] 엉겅퀴 엉겅퀴 이서화 엉겅퀴는 자꾸 숨으려는 색깔 같다 매 맞은 일을 자꾸 잊어버리려는 색깔 같다 한쪽 무릎을 세우고 아득한 가랑이 속 운세를 떼던 여자의 눈두덩 색깔 같다 삼거리 지나 세 번째 파란 슬레이트 집 여자, 엉겅퀴 한입 가득 물었다 아무도 모르게 뱉고 작은 시멘트 다리 건너기 전 기역자 집 남자, 욕설 반 푸념 반 섞어 보란 듯이 뱉어내던 그 엉겅퀴 마을 사람 중엔 보라색으로 물든 이빨들이 많았다 엉겅퀴는 자신을 몰라서 모르고 집집들은 짓이겨진 보라색 속으로 숨고 입안에 가시들이 자라고 엉겅퀴는 마을의 집을 빠져나와 흔들리는 풀숲, 바람을 옮겨 다니며 욕설처럼 핀다 ―이서화(1960~ ) 외진 마을 언덕의 허드레 식물인 엉겅퀴 꽃이 한창입니다. 눈여겨..

약속(約束)

약속(約束) 며칠 전이였다. 논을 직선으로 가로 질러 기계가 들어가서 작업하기 쉽게 또 모판작업을 하는 논으로 만들어 놓았던 논이다. 직선을 만들어 남은 자투리는 밭으로 사용하였다. 그런 그곳에 하수오를 심어서 몇년째 재배하고 있었다. 그곳에 약을 칠 수도 없고, 오직 손으로 잡초를 뽑아야 했다. 비록 작은 면적이지만 낮에 작업한다는 것은 등줄기에 땀이 주르륵 흐르게도 한다. 잡초를 뽑다가 검은색의 둥근 것을 발견하였다. 돌이나 흙덩이를 주워내다가 눈에 띄였다. 모양이 너무 둥글어서 밖으로 던지려다가 보니 둥근 원형의 쌍가락지였다. 검은 색으로 제 색깔을 잃어버린 모양이다. 열심히 일하는 나에게 하늘에서 사색을 하라고 소재를 주었다. 생각해 보았다. 누군가 이 논에서 일하던 주인이거나, 도와주었거나, 지..

김란영-가인

김란영-가인 아무말 못하고 그냥 울기만 했지 힘겨운 이별앞에 멍하니 서서 그대 처음부터 날 사랑하지 않았네 잠시 내 옆에서 있었을 뿐 난 그대가 나의 삶이라 믿어왔지 그대를 위해서 나 사는 거라고 하지만 그대는 내가 원했던 사랑 단 한번도 주지 않았네 사랑앞에 더 이상 무릎 꿇진 않겠어 더 이상의 슬픔은 없을 테니까 그대가 날 버리고 떠나간 뒤에라도 다시 누군갈 사랑할 수 있으니 사랑이여 이제 내가 달려갈 테니 거기서 조금만 기다려 줘 난 처음부터 그 사람의 여자가 아니였다 내가 사랑했던 사람은 날 사랑하지 않았고 난 끝내 그의 뒷 모습만 보아야 했다 그래 이젠 웃어야지 난 처음부터 그 사람의 여자가 아니였으니 난 그대가 나의 삶이라 믿어왔지 그대를 위해서 나 사는 거라고 하지만 그대는 내가 원했던 사랑..