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제 대전에서 발생한 "심장멎은 택시기사를 그냥 두고 떠난 승객" 기사를 보며 저희 친형의 살신성인의 의로움을 알리고자 합니다.
저는 최근 언론에 자주 등장했던 계속 이어지는 여름 폭염 속에 청주 옥산의 어느 공장에서 발생한 정화조 내 안전사고로 발생한 사망사건의 3번째 희생자인 금모(48)씨의 친동생입니다.
회사 측의 안전에 대한 과실과 작업자의 안전 의식 미흡으로 발생한 사고였지만 사고 발생 후 회사 측의 신속한 대처로 유족에 대한 진정성 있는 사과와 그에 따른 보상 합의를 고인의 유족들이 받아 들인 가운데 수요일 저녁 형에 대한 장례식을 마치고 집에 돌아 왔습니다.
그런데, 주변 지인 분들의 위로한다고 하는 말 가운데에서 (도대체 죽은 네 형은 그 더위에 아무 생각 없이 왜 방독면도 없이 들어갔냐?) 저희 형인 故人에 대한 잘못된 시선을 깨달았고,
모든 매스컴의 이 사망사고에 대하여 안전의식 미흡에만 치우친 안전 관리 소홀중심의 보도로 감추어져 버린 당시 현장 상황과 사고자들의 당시 행동 (보도내용 일부 발췌:지난 20일 오후 3시 20분께 충북 청주시 흥덕구 옥산면의 한 유제품 생산업체 공장 별관 건물 정화조 내에서 근로자 3명이 쓰러져 2명이 숨지고 1명이 뇌사 상태에 빠지는 사고가 발생했다 .......
당시 이들은 호흡용 보호구도 착용하지 않은 상태에서 정화조에 들어갔다가 변을 당했다. -연합뉴스
온라인에서 이 사건에 대해 사망자의 어리석은 과실을 질타하는 댓글들을 보며
* 저길 어떻게 그냥 들어갈 생각을 했지? - NAVER ohsw****
* 내가 보기엔 자살이지 대가리가 있다면 똥통에 방독면도 착용 안하고? 질식사 사고 한 두번 나는 것도 아닌데 ㅋ - NAVER smil****
* 중학교만 나와도 다 알터인데...이해가 안가네 - NAVER houn****
단순하게 보이는 이 사건에 숨어있는, 언론에서 조금도 언급이 되지 않았던 저희 형의 진실을 알리고자 형에 대한 그리움과 슬픔에 울면서 이 글을 쓰고 올립니다.
저희 형은 이번 질식 사망 사고가 발생한 회사에서 정화조 작업과는 아무런 상관도 없는 타 부서에서 근무하는 생산직 직원 이었습니다
그는 사건 당일 정화조에 처음부터 들어가 작업한 설비담당 직원이 아니고 사고 발생 당일 현장에서 불과 10 여미터 떨어진 식당 겸 휴게소에서 다른 생산직 동료 직원들과 오후 휴식시간( 3시 10분~ 3시 30분)을 즐기고 있다가 사고 발생 정화조 내에서 호흡용 보호구 없이 작업하던 관리 직원의 사람 살려 달라는 비명 소리를 들은 상급자의 다급한 구조 협조 요청에 사고 현장에 제일 먼저 뛰어가 위급한 현장 상황에 미처 자신의 안전은 돌아보지도 않고 정화조 맨홀 안 지상에서 불과 1.5미터 아래 정화조 내 가로 질러 설치되어 있던 사다리에 걸친 모습으로 유해 가스 중독에 마비되어 꿈틀거리며 버둥대던 사고자 2명을 정화조 밖으로 끄집어 내기 위해 사고 정화조에 진입 설치된 사다리를 한 두발 딛고 들어간 순간 유독가스를 바로 흡입 후 쓰러지면서 절체 절명의 순간에 ‘가스 가스’ 를 크게 외치며 그대로 오물로 가득한 바닥에 추락하여 그 상태로 처박혀 119구급대의 구조까지 25분 이상 맨홀에 방치되어 있다가 119구조대에 의해 바깥으로 올려 졌으나 병원이송 후 바로 사망 하였습니다.
(형의 사인은 국과수 1차 부검결과에 의하면 산소 부족과 유해 가스로 인한 질식사입니다.)
형은 앞에서 살려 달라던 2명의 직원은 비록 구하지 못했지만 같이 현장에 쫓아나온 십 수명의 동료들에게 ‘가스, 가스’ 라는 소리를 외쳐 위험을 알림으로 더 이상의 희생자가 발생하지 않도록 했습니다.
형의 이러한 살신성인의 행동은 평소 직장 동료, 주변지인들, 친족들의 증언에 의하면 평소 보아온 형의 모습에서 그사람이였기에 그러한 일을 그렇게 했을거라는 것을 장례식장에 조문오신 많은 분들이 안타까워 하며 이야기 해 주었습니다.
형은 평소 직장에서 어려운 일이 있으면 자기가 먼저 나서 처리하는 희생정신이 강하였고 성격이 유순하고 온유해서 다른 직원들과의 트러블이 전혀 없고 우직하게 묵묵히 자신의 업무를 수행하여 모두가 좋아하는 직원 이었습니다.
가정에서는 누구보다 다정다감한 남편이요, 자상하고 사랑 가득한 아빠였습니다.
저희 어머니에게는 어려서 부터 불평하나 하지 않고 순종하는 믿음직한 장남이었고, 동생인 저에게는 저의 모든 짜증과 투정을 받아주는 속 깊고 정 많은 형이었고, 동생인 제가 이 세상에서 제일 착한 사람이 우리 형이라고 자랑스럽게 말할 수 있는 너무도 선하고 따뜻한 사람이었습니다.
차라리 조금이라도 나빴더라면 죄가 많아 죄값을 받아 죽었구나,하고 형의 죽음을 인정하겠지만, 형은 너무도 천사 같은 사람이었기에 이번의 이 사건은 형을 아는 모든 사람들에게 큰 아픔과 슬픔이 되었습니다.
저희 형은 댓글에서 나온 것처럼(* 중학교만 나와도 다 알터인데)일반 상식이 부족한 무식한 사람이 아니었습니다. 비록 죽기 전에는 이전 사업장의 실패 후 어린 삼남매를 뒤바라지 하기 위해 공장의 생산직 직원으로 일했지만, 대학에서 생물학을 전공했고,
안전에 대해서는 평소 어느 누구보다 별나게 가정에서 조차 안전을 생각하는 사람이었고, 그의 FM적인 성격 탓에 누구보다도 규칙을 철저히 준수하는 사람이었습니다
또한 주변 청결에 유별나게 유달리 반응하는 사람으로 주변이 조금이라도 더러운 걸 보지 못하고 사랑하는 자기 자녀들에게 자신의 더러운 침이 묻는다고 볼에 뽀뽀도 하지 않는 사람이었습니다. 그래서, 그는 평소 밥에 조금만 뭐가 묻어 있어도 먹지 못하는
비위가 약한 사람이었습니다.
그런 사람이 지독하게 부패되어 악취가 진동하는 그 정화조 앞에서 생명이 죽어가는 것을 차마 보지 못해 자신을 버리고 생명을 살리기 위해 그 속에 들어가 쓰러져 그 더러운 바닥에 처박혀 죽었습니다.
(형의 최초 시신을 보니 온통 젖은 머리에 얼굴은 닦아내었다는데도 오물이 얼굴에 잔뜩 묻어있었습니다)
이러한 생명을 살리고자 자신의 안위는 생각하지 않았던 형의 의로운 마지막 몸부림을 사람들은 단순 무식한 어느 잡부의 안전 불감증의 위법적 행위로 보고 형의 의로운 죽음을 부끄러운 재수없는 개죽음으로 알고 있습니다.
뉴스에 나온 내용이지만 그 사고 현장 주변 어디에도 산소통이 달린 방독면은 아예 비치되어 있지 않았고 주변 어디에도 안전장구 비슷한 것도 없는 상황에서 (구명줄조차 보이지않은)방독면 없이 왜 들어갔냐고 사람들은 고인을 부끄럽게 합니다.
형의 국과수 부검 후 시신안치과정에서 형의 턱 밑 부터 아랫배 밑 까지 칼로 몸통을 절반으로 갈라 따놓고 듬성듬성 바느질로 봉합해 놓은 모습을 보며 저는 오열했습니다.
왜 평상시에 제가 옆에서 방귀만 뀌어도 코를 꽉 막고 밖으로 내빼던 형이 그 더러운 냄새가 진동하는 정화조 속을 들어갔을까요?
주변에 사람들이 없는 것도 아니고, 차라리 형까지 3명의 건장한 남자가 발 밑 1미터 아래 좁은 맨홀 안에서 서로 겹쳐져 버둥버둥 대며 신음하며 죽어가는 모습을 119구급대가 오기 전 24분 동안 안타깝게 지켜만 보았던 십 수명의 다른 무능한 동료들처럼 기다리지 못했나요?
너무 착해서 너무 바보 같아서 너무 인정이 많아서 그는 자기가 사랑하는 아내와 삼남매를 두고 살아계신 어머니께 씻을 수 없는 불효를 행하며 이 세상을 떠났습니다,
저는 형이 마지막 외친 그 두 마디"가스가스"의 위험을 알리는 소리가 더 이상의 희생을 막았고 또 다른 가족의 슬픈 이별들을 막았다고 생각합니다.
제가 이 글을 통해 진실을 바로 알리고자하는 이유는 너무나 사랑했던 자상한 남편을 잃은 저희 형수와, 평소 너무나 자애롭고 친구와 같이 다정했던 아빠를 갑작스러운 사고로 잃은 저의 세 조카 (고1학년장녀 , 초5학년아들, 초3학년차녀) 아이들에게 더 이상 큰 상처를 주지 않기 위함입니다,
저희 조카들이 이제 이번 주 마음을 추스르고 학교와 일상에 돌아갈 때 그들이 만날 친구들과 주변 분들이, 더러운 곳에서 일 하다가 무식하고 안일해서 기본적인 것도 지키지 않아 재수 없이 죽은 아빠의 불쌍한 자식들이 아니라,
남을, 죽어가는 동료를 위해 자신의 몸을 던져 타인을 살린 의로운 사람의 자녀라는 자긍심을 갖는, 그래서 죽은 아빠가 보고 싶고, 그립고, 아빠의 빈자리가 크게 느껴져 많이 힘들 때, 타인을 위해 생명을 버린 아빠의 의로움이 이들의 삶을 지탱케 하고 살아가는 에너지가 되기를 바라는 마음에 이글을 올립니다.
애통하게 자식을 자신보다 먼저 떠나보내며 절규하며 슬퍼하는 저희 어머니에게 장남의 의로운 행동이 다른 귀한 생명들을 살린 것에 작은 위로가 되기를 바라며 또한, 옆에 누가 죽어가도 그냥 골프치러가기위한 공항버스 시간을 맞추기위해 어쩌면 지금 내가 도와주지 않으면 죽음에 이르게 될지도 모를 사람을 별 관심도 없이 쉽게 외면하는, 자신들만 바라보고 사는 이 이기적이고 각박한 세상에 저희 친형의 의로운 죽음이 빛과 귀감이 되어 모두가 서로 도우며 살아가는 살 맛 나는 세상을 만드는데 귀한 밑거름이 되길 소망해보며 이 글을 마칩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