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와 나의 넋두리

2011 신춘문예 당선시집

무당 거미 2011. 8. 12. 08:51

 

 

 

문단에 첫발을 내딛은 새내기 시인들의 열정!

  주요 일간지의 신춘문예 시ㆍ시조 당선작을 모아 묶은 당선시집 『2011 신춘문예 당선시집』. 문학세계사에서 1990년부터 새내기 시인들의 시적 경향과 역량을 가늠할 수 있도록 당선작들을 하나로 엮어 소개하고 있다. 2011년도에는 주요 일간지의 신춘문예 시(9명), 시조(5명) 당선자들의 당선작과 신작시를 비롯하여, 당선 소감 및 심사평이 수록되어 있다. 올해 시 당선작품들은 실험적이고 창조적인 자세의 모습을 보이고 있다. 또한 시조 당선작들은 우리 시의 전통과 운율의 맛을 살리고 있다.

☞ 한마디!‘신춘문예’는 매년 각 신문사에서 개최되며, 한국 현대시를 움직여 갈 새내기들이 발굴된다. 이 책은 신춘문예 당선 시인의 당선작, 신작시 5편과 당선소감, 심사평 등을 수록하여 문단에 첫 발을 내딛는 시인들의 역량과 작품 수준을 가늠해 볼 수 있다.



<출판사 서평>

1. 낯섬과 새로움을 누가 갖췄는가


주요 일간지의 신춘문예 시, 시조 당선자들의 당선작과 신작시를 함께 묶은 『2011 신춘문예 당선시집』이 문학세계사에서 출간되었다.

  시단에 첫발을 내딛는 새내기 시인들의 뜨거운 열정과 응축된 시적 긴장을 행간마다 엿볼 수 있는 『2011 신춘문예 당선시집』은 새로운 시인들의 시적 경향과 역량을 한눈에 가늠해 볼 수 있다. 그동안 신춘문예 당선시집은 문단, 평론가, 시인 지망생들로부터 꾸준한 관심을 받아왔다.

  이 시집에는 각 신문사의 신춘문예 당선시와 함께 신작시 5편, 심사평, 당선소감, 당선 시인의 약력 등이 수록되어 있다. 특히 당선시와 함께 실린 5편의 신작시들은 이제 갓 등단한 시인들의 작품세계를 명료하게 보여준다.

  또한 『2011 신춘문예 당선시집』에는 우리 시의 전통과 운율의 맛을 간직하고 있는 시조 부문의 당선작과 신작시조 등을 함께 실어 한국 현대시조의 정서를 공감하며 고유한 형식과 맛을 새롭게 느낄 수 있도록 하였다. 이것은 기성문단이나 시의 꿈을 실현하려는 예비 시조시인들에게 신선한 자극제가 될 것이며, 시조를 우리 문학의 전위로 끌어들이는 의미 있는 작업임과 동시에 시인과 독자의 상상력 자체를 통시적으로 넓히는 계기를 제공할 것이다.

  한국시가 갇혀 있는 프레임을 과감하게 깨뜨리고자 하는 새롭고 독창적인 상상력을 기대했던 2011년 신춘문예는 우리 사회의 개체적 삶의 모습들과 함께 현실 사회에 대한 냉정한 관찰과 섬세한 응시가 청신한 감각과 표현으로 나타났다. 이번 신춘문예 당선시작품들은 신인다운 참신함으로 생의 아이러니와 인간의 비극적 관계를 살아 있는 언어의 결 위에 자연스럽게 드러냈다는 평을 받았다.

  2011 신춘문예 당선작들에 대한 심사평에 공통된 사항은

  1. 기성 시단의 흐름에 감염되어 있지 않을 것,

  2. 시창작 교실에서 산출되는 만들어진 시에서 벗어나 자생적인 시를 쓸 것,

  3. 신선하고 독창적인 현실의식과 생활 감각을 지닐 것,

  4. 자폐적 상상력에서 벗어나 삶의 건강한 구체성을 살필 것 등으로, 앞으로 새로운 시의 시대를 열어갈 예비시인들의 기본자세가 어떠해야 하는지를 알게 한다. 올해 신춘문예로 등단한 시인들은 시류에 물들지 말고 기성의 틀을 자신 앞에 세우지 않은 채, 실험적이고 창조적인 자세로 우리 시의 미래를 열어 가야 할 것이다.



  책을 들었다. 읽는다고 생각했던 날로부터 무척 긴 시간이였다. 이제야 내손에 있다. 모든 詩가 그렇지만 신춘문예 詩들은 신선함과 생활속에 사유를 즐기는 계기를 준다. 때로는 나를 돌아보는 또는 새롭게 타인을 바라볼 수 있는 시선을 갖게 해 준다. 올해에 시들 중에 한편의 시가 눈에 들어온다. 올해, 유난히 많이 내린 비와 더위에 신선함을 느끼게 한다.  

 

<조선일보 당선 시>



유빙(流氷)


입김으로 뜨거운 음식을 식힐 수도 있고

누군가의 언 손을 녹일 수도 있다


눈물 속에 한 사람을 수몰시킬 수도 있고

눈물 한 방울이 그를 얼어붙게 할 수도 있다


당신은 시계 방향으로,

나는 시계 반대방향으로 커피 잔을 젓는다

맞물린 톱니바퀴처럼 우리는 마지막까지 서로를 포기하지 못했다

점점, 단단한 눈뭉치가 되어갔다

입김과 눈물로 만든


유리창 너머에서 한 쌍의 연인이 서로에게 눈가루를 뿌리고 눈을 뭉쳐 던진다

양팔을 펴고 눈밭을 달린다


꽃다발 같은 회오리바람이 불어오고 백사장에 눈이 내린다

하늘로 날아오르는 하얀 모래알

우리는 나선을 그리며 비상한다


공중에 펄럭이는 돛

새하얀 커튼

해변의 물거품


시계탑에 총을 쏘고

손목시계를 구두 뒤축으로 으깨버린다고 해도

우리는

최초의 입맞춤으로 돌아갈 수 없다


나는 시계 방향으로

당신은 시계 반대방향으로

우리는 천천히 각자의 소용돌이 속으로

다른 속도로 떠내려가는 유빙처럼,





 

[당선 소감] "제자리에 머물고 있던 저를 독려해주신 모든 분께 감사"


나의 상처가 타인에게 상처를 줄 수 있는 면죄부가 되지는 않는다. 우리는 상처받지 않기 위해 타인에게 상처를 주지만, 그렇다고 해서 자신의 상처가 지워지지는 않는다. 우리가 증오해야 할 대상은 상처받은 사람도, 상처받지 않은 사람도 아니다. 지금도 여전히 자신의 상처를 지우기 위해 타인을 벼랑 끝으로 내모는 자들이다.


타인은 언제나 나의 시야에서 멀어진다. 나를 타인의 자리에 놓지 않을 때, 타인의 눈빛과 목소리에 집중하지 않을 때, ‘소통’은 거짓과 위선이 될 수밖에 없다. 자신의 결핍을 받아들이고 자신을 조금씩 버리는 것이 용기라고 생각한다. 나의 구원만큼 타인의 구원도 중요함을 깨닫는 것이 사랑이라고 생각한다. 내가 바라보는 현실이 세계의 전부가 아니라고 생각하는 ‘위대한 거절’을 실천할 수 있을 때, 비로소 우리는 아이에서 진정한 어른이 된다. 그러나, “언제나 아이처럼 울 것.”


더디게 쓰더라도 그만두지는 않겠다. 시 한 편과 한 편 사이에 열 길 낭떠러지가 있음을 잊지 않겠다.


한 줌의 시를 건져 올려 주신 문정희, 정호승 선생님께 감사드립니다. 제자리에 머물고 있던 저를 독려해주신 최동호 선생님과 선후배님, 동학들께 감사드립니다. 화요팀 선생님과 문우들 때문에 여기까지 왔습니다. 가족들, 친지들, 친구들 덕분에 살고 있습니다. 멀리 계신 스승들과 가까이 있는 지인들에게 기쁜 소식이 되었으면 합니다. 내 시의 시작이자 끝인 할머니, 오래 사세요. 은영아, 사랑해.




 

▲ 시를 심사 중인 정호승(왼쪽), 문정희 시인 / 채승우 기자

[심사평] 인간의 비극적 관계를 미세하게 통찰하는 눈 돋보여


신춘문예 투고 시는 한국 현대시의 미래를 밝히는 작품이어야 한다. 그러나 그러한 작품을 찾긴 힘들었다. 최종심에 남은 작품은 임여기의 ‘면접관’, 정승기의 ‘실종’, 이재흔의 ‘스파이더맨의 후예’, 이도은의 ‘아주 식물적인 꿈’, 신철규의 ‘유빙’ 등 5편이었다. ‘면접관’은 면접관과 면접인 간의 관계 대립을 긴장되고 설득력 있게 고조시켜나갔으나 결구 부분이 너무 안이했다. ‘스파이더맨의 후예’는 고층빌딩 유리창을 닦는 삶의 현장을 선명하게 나타냈으나 ‘제각기 다른 일상의 벼랑 끝에서 한 번씩은 실족했던 사연들이’ 같은 표현이 산문적이고 진부했다. ‘실종’ 또한 현대인의 실종의식을 진지하게 추구한 작품이었으나 전체적으로 산문의 옷을 입고 있다는 점이, ‘아주 식물적인 꿈’은 식물적인 꿈과 연결된 우리 삶의 구체적 양상이 불명확하다는 점이 단점으로 지적돼 결국 당선작은 ‘유빙’으로 결정되었다. ‘유빙’에는 인간의 비극적 관계를 미세하게 통찰하는 개성적인 눈이 있다. 현대사회의 개체적 삶을 ‘각자의 소용돌이 속으로/ 다른 속도로 떠내려가는 유빙’에 은유한 점은 높이 살만하다. 시 본래의 내재적 리듬감을 살려 유연한 속도감을 느끼게 함으로써 신인다운 내면적 사고의 흐름도 알 수 있게 한다. 무엇보다도 과장된 이미지나 허장성세가 없고 기성의 어떤 억지스러운 틀에 갇혀 있지 않아 자유분방하다. 한국시단의 대들보가 되길 바란다.

 / 문정희· 정호승 시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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