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연속에 깃든 잊을 수 없는 노래1 “너의 빈자리”>
통학을 하는 늦은 막차 안에는 시끄러웠다. 시골버스의 엔진소리와 장날에 만난 사람들의 소리가 크게 들렸다. 집과 학교를 버스로 약 40분간 타고 가야하는 거리였다. 주위에는 선후배와 친구들, 그리고 직장인들이 이용하는 버스이다. 가끔씩 좌석버스가 오면 뒷자리는 우리들 차지였다. 안동에서 출발하면 최종 종착지는 아니지만 통학할 수 있는 지역인 우리동네까지 많은 사람들이 타고 내린다.
초등 동창인 또는 중학교 동창생들이 많이 타고 다닌다. 토, 일요일이면 자취를 하는 친구들이 버스를 이용한다. 그때는 자가용이 귀하여 버스를 거의 이용하였고, 막차를 놓치면 집 방향에 있는 간이정류장에 몇 명이 모여 한차를 이루면 택시를 이용하기도 한다. 물론 학생이 택시를 이용할 여력은 안 되어서 버스 시간표에 맞추어 움직였다.
그러던 어느날 그녀가 눈에 들어왔다. 친구의 친구였다. 우리 동네로 가는 방향의 차를 타면 중간에 내린다. 몇 달이 지나고서 얼굴이 익혀졌다. 뒷자석에서 짓궂게 장난을 걸 때도 있었다. 졸업 학년인 어느날 그녀는 우리동네에 놀러왔다.
그 후 통학차를 타면 반가웠고, 안 보이면 궁금해지기도 하였다. 그 당시 노래는 조용필의 노래가 최고인기를 끌었다. “창밖의 여자”를 시작으로 “너의 빈자리” “님이여” “잊기로 했네” “잊을 수 없는 너” “사랑은 아직도 끝나지 않았네” 등으로 많은 인기를 얻고 있었고, 이용이 “바람이려오”로 혜성처럼 나타나 “사랑이야” “서울” “잊혀진 계절”로 나중에 인기가 절정에 이르게 되었다.
그때에 노래 테이프의 곡은 “성음” “오아시스” 등 많은 레코드 가게의 정본 노래테이프가 있지만 가판위에 무허가 녹음 테이프도 많이 팔리고 있었고, 레코드가게에서는 신청한 노래들을 녹음해 주는 곳도 있어 좋아하는 곡만 선별하여 녹음테이프를 만들기도 하였다.
좋아하는 노래를 많이 틀어서 테이프가 늘어나도 카셋트에 넣어서 계속 듣기도 했다. 요즘처럼 MP3, MP4 가 없어서 그것이 젊은 사람들에게는 최고였다. 그때 그녀가 좋아하는 곡이 조용필의 “너의 빈자리”라고 하였다.
그 곡은 조용한 분위기에 가버린 사랑을 애절하게 노래하는 나도 좋아하는 노래 중에 하나였다.
졸업을 하고 상급학교로 또 취업하는 친구들은 모두 흩어지게 되었고, 나도 친한 친구들과 헤어지게 되었다. 한해가 지나고 두해가 지나고 새로운 생활에 적응과 앞날에 대한 걱정으로 바쁜 날이 지나갔다. 또한 남자로서 "국방의 의무"를 다해야 하는 시기가 되어 사회와 단절해야 하는 마음도 필요하거나, 인연을 놓치지 않고 연결해 가야하는 만남도 있었다.
그러던 어느날 그녀를 만났다. 음악다방에서는 신청곡을 틀어 주는 DJ가 있다. 그곳에 커피보다 쥬스를 먹으며 젊은 사람들이 음악을 즐겼다. 가끔 판이 튀는 곡이 나오기도 하지만 커다란 음향과 좋은 음질의 사운드트랙의 노래들을 즐겨 들었다. 다방과 음악다방이 구분되었다. 다방과 커피숍이라는 같은 말을 다르게 불렸다. 그리고 우리들은 전문 음악다방의 이름을 부르며 만남의 장소로 이용하기도 했다. 물론 객지로 나간 친구들과 고향에 남아있는 친구들의 만남 장소도 그런 곳이 대부분이였다.
그곳에서 그녀를 만나고 얼마 후 나는 입대를 하게 되었다. 군 생활 동안 그녀는 내 기억 속에 없었다. 3년여 동안 군생활에 전념하며 단순하게 살았다. 오전 8시에 근무지에 가면 열심히 일했고, 또 고참이 될수록 책임과 의무가 많아졌다. 내무반장이 되었고, 신병이 와서 몰래 전화걸다가 들켜서 주임상사에게 혼나면 연병장을 신병과 같이 돌아야 했다. 혹한기 훈련의 추위와 여름밤에 빵바레라는 모기회식도 하고, 유격훈련과 해안경계근무도 경험하게 되었다. 그렇게 국방부 시계는 돌아가고 군생활은 동기들보다 먼저 병영학점으로 혜택을 받아 제대하게 되었다.
제대를 한 후 집생활이 익숙해질 무렵 그녀의 소식이 전해졌다. 손 한번 잡은 적이 없고 그냥 고교시절의 친구로서 남들보다 좀 더 즐거운 그런 친구였다. 그런 그녀의 소식을 듣게 되었다. 별명을 부르며 짓궂게 놀던 통학시절 그녀의 외모는 많이 변하여 더 성숙해져 있었다. 그녀가 사는 동네의 친구와 셋이서 만나기도 했었다.
그러던 어느 날 그녀의 슬픈 소식이 전해졌다. 사회생활에 전념할 때 누군가가 내게 그녀 이야기를 했다. 그녀에게는 특별히 친한 남자친구도 없었고, 고향친구는 "그냥 네가 그녀에게 가까운 친구였다"는 말을 했다.
그녀가 입원한 곳에 용기를 내어 찾아갔다. 그러나 하얀 옷을 입은 간호사의 말은 "그 사람 지금 여기에 없어요" "좋은 나라로 갔어요"라는 것이였다.
되물었다. 또 되물어 보았다. 같은 답변이였다. 계단이 낭떠러지처럼 느껴졌다.
그날 난 그곳의 기억은 있지만 어떻게 집으로 왔는지 또 무엇을 했는지 기억이 없다.
벌써 오랜시간이 지났다. 30년정도 세월이 흘렸다. 그녀의 하얀 얼굴은 하늘의 구름처럼 내 곁을 떠나 갔다. 그녀의 머리모양 그녀의 말투를 내게 남겨두고 그녀는 떠나가 버렸다.
그 때 좋아하는 노래만 남았다. 그 곡이 조용필의 “너의 빈자리”이다. 그녀와 내가 공유했던 그 노래가 인연이 되었지만 그녀는 그 곡을 남기고 떠나가 버렸다. 지금도 내 스마트폰에 남아있는 나의 애창곡 폴더에는 그녀가 좋아했던 그 곡이 남아 있다.
너의 빈자리
조용필
당신의 말속에 나는 알았소
사랑의 진실을
당신의 눈빛에 나는 느꼈소
사랑의 깊이를 그러나
우리는 헤어졌었고 만날 수 없었지
사랑을 남기고
떠나 가버린 야속한 사람아
달콤한 사랑의 추억이란걸
잊어야 하기에 가슴아파요
너와 나 만났던
진실속에서 세월은 가고
아직은 없다오
내 마음속에 너의 빈자리
달콤한 사랑의 추억이란걸
잊어야 하기에 가슴아파요
너와 나 만났던
진실속에서 세월은 가고
아직은 없다오
내 마음속에 너의 빈자리
노래 링크 : http://cafe.daum.net/tonggitar-chorus/aXhg/1114?q=%B3%CA%C0%C7%BA%F3%C0%DA%B8%AE%BE%C7%BA%B8&re=1
https://www.youtube.com/watch?v=taJOKq6nI7k
https://www.youtube.com/watch?v=T3JwQyPQhko&feature=youtu.be
조용필 너의빈자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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