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6.10.촬영. Samsung S500>
『황영감의 말뚝론』
이대흠
생땅은 말이여 말하자면 처녀진디
그라고 쾅쾅 친다고 박히는 것이 아니여
힘대로 망치질하다간 되레 땅이 썽질 내부러
박혀도 금방 흐물흐물 해져불제
박은 듯 안 받은 듯 망치를 살살 다뤄사제
실실 문지르대끼 땅을 달래감서 박어서
땅이 몸을 내주제
그라다 인자 조까 들어갔다 싶으면
그때부텀 기운대로 치는 거여 아먼
그라고 박힌 말뚝이라사 썩을 때까장 안 뽑히제
그래사 말뚝이제
<매일신문 2010.11.18 26면>
P.S : 엄태원시인은 “생땅과 말뚝의 관계가 참 야릇하면서도 절묘합니다. 거기엔 무릇 관계란 것들의 핵심 혹은 본질이라 할 만한 것들이 함축되어 있습니다. 관계들은 힘대로 쾅쾅친다고 디는 게 결코 아닙니다. 적당한 대화거리와 함께 상대에 대한 배려와 이해가 보다 먼저 필요한 거겠지요. 에로틱한 비유로 더욱 생생한 지혜의 말뚝론을 입심 좋게 설파하였다”고 합니다.
이 詩를 읽으며, 생땅과 말뚝, 말뚝과 망치, 망치와 힘의 관계를 생각하게 되었습니다. 관계라는 것은 연결시켜보는 것에 대한 즐거움도 있습니다. 그러나 그러한 관계의 연결속에 어떻게 연결되어야 한다는 것을 느낄 수 있었습니다. 사람들의 관계에도 마찬가지라 생각합니다. 고무줄처럼 멀어졌다 당겨져 가는 거리의 관계가 있으면, 놓쳐서는 안 되는 철사줄 같은 적당한 거리가 있을 수도 있습니다. 어떻게 연결되어야 되는 것은 서로의 중요성에 따라 관계의 거리도 무게도 달라질 것입니다. 시간과 세월의 적당한 관계도 있을 것입니다. 대상과 나, 시간과 힘의 관계, 언제나 적당한 관계를 유지하며, 떨어지지 않는 자력의 한계안에서 살고 싶은 마음이 그러할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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