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구 팔공산 동봉 - 두통을 앓고 있다
□ 일자 : 2013년 1월 20일 토요일 맑음
□ 높이 : 팔공산 동봉 m
□ 상세일정 : 안동출발(09:37)→국도이용 의성(10:10)→다부(10:55)→동명(11:03)→수태골 주차장(11:25)→동봉으로 출발(11:37)→①쉼터(11:55)→②쉼터(12:05)→훈련바위(12:12)→③쉼터갈림길(12:57)→동봉(1:34)→점심식사 후 하산(2:05)→③쉼터갈림길(2:21)→훈련바위(2:45)→②쉼터(2:49)→①쉼터(2:55)→수태골주차장 도착(3:08)→안동으로 출발(3:28)
□ 산행시간 : 약 3시간 30분
□ 교통 : 자가용 3931
□ 산행일지
팔공산 동봉으로 향하는 길은 빙판길이 많았다. 단단한 바위 길을 벗어나면 흰눈이 쌓여 녹다가 얼어붙어 있고, 그것이 얼음이 되어 단단해져 있다.
산행 길에 몹시 심한 회오리바람이 가끔 가슴에 안겨왔다. 아이젠을 장착한 바작바작 거리는 것이 낙엽 밟는 소리보다 날카로웠다. 서울의 삼각산처럼 대구광역시를 등지고 있는 산 이여서 늦은 출발시간에도 사람들이 올라가고 있었다. 훈련바위에는 얼음이 바위아래 붙어 있었다. 단단한 바위에도 얼음이 기대고 있었다. 그 옆에는 바람에 못 이겨 넘어지고 잘려나간 소나무와 빈손을 하늘로 향해 누워있는 마른나무가지가 흔들거렸다.
동봉에서는 뒤쪽으로 보이는 서봉과 비로봉이 흰눈에 조금 감싸져 있다. 흰 옷을 입은 듯 보였다. 동봉에서 오른손을 세우며 파이팅 하는 모습으로 사진을 찍고 있는 사람이 보였다. 같이 온 사람들이 돌아가며 동봉 표지석에서 인증사진을 찍는다.
900원 하는 김밥이 맛있었다. 안동 신시장 입구, 엄마손 만두집에서 아직도 900원을 고집하며 팔고 있다. 같이 올라오던 아이젠 없이, 또 말없이, 관심없는 듯이 둘이 올라오는 부부의 모습은 보이지 않았다.
하산하는 길은 빨랐다. 늦은 산행이어서 내리막에는 걸음이 빨라졌다.
수태골 주차장 근처에 도착하니 얼음 아래로 흐르는 시냇물이 무척 맑고 깨끗하였다. 그 맑은 물은 잠시도 가만히 있지 않고 얼음 속으로 숨어버린다.
두통이 시작되었다. 차에 오르며 핸들을 돌리는 순간에도 두통의 신호가 파문처럼 번져왔다.
산을 오르며 생각했던 것들이 내 머릿속에 힘겨운 무게로 다가 오는 모양이다. 닭벼슬 처럼 솟아오르는 번뇌들이 두통으로 시작되는 모양이다.
두통은 팔공산 자락을 돌아 시내로 향하는 동안에도 끊임없이 나를 괴롭혔다. 그렇게 얽혀있던 생각들이 실타래 꼬이듯 얽매여 풀지 못하는 뭉치처럼 그저 젓가락 누이듯 시간을 눈감아야 나을 듯하였다. 안동으로 향하는 길은 긴 시간이였다. 원인을 생각하지 않았다. 더 아플 것 같아서 였다. 카팩에서 나오는 배인숙의 “누구라도 그러하듯이” 전주곡이 정겹게 들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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