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와 나의 넋두리

[스크랩] 의자 / 이정록

무당 거미 2012. 9. 3. 10:07

                        의자 / 이정록

 

 

 

병원에 갈 채비를 하며

 

어머니께서

 

한 소식 던지신다

 

 

허리가 아프니까

 

세상이 다 의자로 보여

 

꽃도 열매도, 그게 다

 

의자에 앉아 있는 것이여

 

 

주말엔

 

아버지 산소 좀 다녀와라

 

그래도 큰애 네가

 

아버지한테는 좋은 의자 아녔냐

 

 

이따가 침 맞고 와서도

 

참외밭에 지푸라기도 깔고

 

호박에 똬리도 받쳐야겠다

 

그것들도 식군데 의자를 내줘야지

 

 

싸우지 말고 살아라

 

결혼하고 애 낳고 사는 게 별거냐

 

그늘 좋고 풍경 좋은데다가

 

의자 몇 개 내 놓는 거여

 

 

출처 : 비탈과 함께하는 그림시
글쓴이 : 낙엽소리 원글보기
메모 : 한해의 중간을 넘어서는 이 시점에 생각해 보는 詩입니다. 감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