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출처 : http://cafe.daum.net/songjung41/FpYS/34)
2010 신춘문예 당선시집 중에 경향신문 당선시이다.
신춘문예는 나의 시선과 생각을 자극하는 촉진제이기도 하다. 그러나 아직 다 읽지 못했다.
가을 고구마밭에서 고구마 넝쿨 끝에 메달리 작은 고구마를 쪄서 말려 반찬을 만들던 70년대, 그 반찬을 입안에 넣고 우물거리 듯이 내 머리속에서 새로운 개념으로 정리하듯 우물거리고 있다.
오래된 일이지만 한때 뭉쳐다니면서 박인환의 시 "목마와 숙녀"의 단어처럼 "문학이 인생" 전부인양 헤매이던 시절의 사람들이 떠오른다. 이젠 모두 남편과 부인이 되고, 아버지와 어머니가 되어 한 때의 열정들이 삶의 묻혀 기약없는 이별이 되었지만 반추할 수 있는 시들을 만나서 잠시 그들을 기억해 본다.
2010 경향신문 신춘문예 시부문 당선작
직선의 방식
이 만 섭
직선은 천성이 분명하다 바르고 기껍고,
직선일수록 자신만만한 표정이다
이는 곧, 정직한 내력을 지녔다 하겠는데
현악기의 줄처럼 그 힘을 팽창시켜 울리는 소리도
직선을 이루는 한 형식이다
나태하거나 느슨한 법 없이
망설이지 않고 배회하지 않으며
좋으면 좋다고 싫으면 싫다고 있는 그대로
단순한 정직이다
밤하늘에 달이 차오를 때
지평선이 반듯하게 선을 긋고 열리는 일이나
별빛이 어둠 속을 뻗쳐와 여과 없이 눈빛과 마주치는 것도
직선의 또 다른 모습이다
가령, 빨랫줄에 바지랑대를 세우는 일은
직선의 힘을 얻어
허공을 가르며 쏘아대는 직사광선을
놓치지 않으려는 뜻이 담겨있다
그로 인하여 빨래는
마음 놓고 햇볕에 말릴 수 있을 것이다
바지랑대는 빨랫줄로 말미암고
빨랫줄은 바지랑대 때문에 더욱 올곧아지는
그 기꺼운 방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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