들깨를 베었다.
늦은 수확이였다.
이렇게 늦게 수확을 해도 남아 있었던 것이 고마웠다.
고구마수확에 정신이 팔려서 들깨잎과 열매가 떨어지는 것에도 관심이 없었다.
한 곳에 너무 몰입하면 반대편 무게가 가벼워지기도 한다는 것을 알았다.
잊기 힘든 슬픈 일들도 바쁘게 다니면, 잠시라도 잊어 버리는 것과도 같다.
들깨를 도리깨질을 하다가 수년전에 읽었던 시가 생각났다.
수확하는 과정은 같은데 각자의 속마음은 다르다.
가야할 시간은 점점 줄어들고, 마음은 바빠졌다.
호흡을 가다듬어도 숨이 가프다.
굵은 가지를 정리하는 것도,
낡은 잎을 선별하는 것도,
포장너머에 모래가 침입하는 것도 모두 조심조심하였다.
마음도 점점 어둠으로 달려가고 있다.
참깨를 털면서
김준태
산그늘 내린 밭귀퉁이에서 할머니와 참깨를 턴다.
보아하니 할머니는 슬슬 막대기질을 하지만
어두워지기 전에 집으로 돌아가고 싶은 젊은 나는
한번을 내리치는 데도 힘을 더 한다.
世上事에는 흔히 맛보기가 어려운 쾌감이
참깨를 털어대는 일엔 희한하게 있는 것 같다.
한번을 내리쳐도 셀 수 없이
솨아솨아 쏟아지는 무수한 흰 알맹이들
都市에서 십년을 가차이 살아본 나로선
기가 막히게 신나는 일인지라
휘파람을 불어가며 몇 다발이고 연이어 털어댄다.
사람도 아무 곳에나 한번만 기분좋게 내리치면
참깨처럼 솨아솨아 쏟아지는 것들이
얼마든지 있을 거라고 생각하며 정신없이 털다가
〈아가, 모가지까지 털어져선 안되니라〉
할머니의 가엾어하는 꾸중을 듣기도 했다.
위 사진출처 https://legendonkihotte.tistory.com/2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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