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와 나의 넋두리

유품정리사도 울었다. 세평 방 27살 청년이 남긴 캐리어 사연

무당 거미 2021. 9. 9. 15:02

 

유품정리사도 울었다

세평 방 27살 청년이 남긴 캐리어 사연

세 평 남짓한 작은 방에 살던 스물일곱 살 청년의 캐리어가 죽음 앞에서 담담할 수밖에 없는 유품정리사를 울렸다.

10년 넘게 고인들의 유품을 정리해 온 김석중 키퍼스코리아 대표는 지난 8일 tvN ‘유 퀴즈 온 더 블록’에 출연해 20대 청년이 남긴 유품을 회상했다.

김석중 대표는 “27살 청년이 사망한 집을 정리한 적이 있다”며 “안타깝게 이 청년이 스스로 목숨을 끊었다. 형사분과 만나 이야기를 했는데 특별한 사연을 모르겠더라”고 말했다.

이 청년은 군대에서 전역한 지 얼마 안 된 상황이었으며 침대와 장롱, 책상, 화장실이 딸린 세 평짜리 고시원 방에 살았다고 한다.

김 대표는 “책상 위에 단백질 보충제 두 통이 있었다. 하나는 새것이었고 하나는 반쯤 차 있었다”며 “왜 내일모레 사망할 친구가 운동을 했을까. 수험 서적도 있었다. 아마 고인이 스스로 생각하기에 만족할 성적을 못 낸 것 같다. 거기서 좌절을 느낀 것 같다”고 했다. 이어 “이 청년은 대학 졸업을 앞두고 있었다”며 “학자금 대출도 있어서 고민이 많아 보였다”고 했다.

ADVERTISEMENT

 

 

그는 “비행기 티켓과 빈 캐리어가 있었다. 곧 여행을 가려고 산 것 같았다. 바퀴가 새것이었다”며 “정리가 끝나고 나서 아무도 없는 텅 빈 방에 앉아 혼자 많이 울었다. 캐리어를 보면서 지금 젊은 아이들에 대한 생각들, 또 제가 젊었을 때 했던 생각이 교차하면서 마음이 좋지 않았다”고 안타까워했다.

[tvN '유퀴즈온더블럭']

그러면서 “아무런 유언도 없어서 캐리어를 유족분들에게 전달했는데 필요 없다고, 처리해달라고 하시더라”며 “그냥 버리려고 하니 도저히 마음이 아파서 못 버렸다. 캐리어를 좋은 일에 썼으면 좋겠다고 생각해서 유품을 정리하는 데 필요한 도구들을 담는 가방으로 쓰게 됐다”고 했다. 또 “다른 분들 유품 정리하고 나서 유가족분들께 그 가방에 넣어 전달해드리고 있다”고 덧붙였다.

김 대표는 평소 딸과 다투던 어머니가 남긴 물건들도 기억에 남는다고 회상했다.

그는 “딸이 연을 끊겠다면서 어머니한테 잘 안 찾아갔다고 한다”며 “딸이 엄마가 돌아가신 후 유품 정리를 하러 집을 찾았는데, 재봉틀에는 딸에게 주려고 만들다 만 옷도 있었고 냉장고를 열어보니 과일 청에 ‘우리 딸’과 이름 두 자가 적혀 있었다. 그걸 보고 (딸이) 펑펑 울기 시작하는데 마음이 아프더라”고 했다.

김 대표는 2010년 국내에서 처음으로 유품 정리 서비스를 시작했다.

그는 과거 평범한 회사원을 거쳐 무역업체를 운영하던 중 2006년 아끼던 직원이 세상을 떠나면서 일에 회의를 느꼈다고 한다.

그러다 우연히 유품 정리를 다룬 다큐멘터리를 보게 됐고 2007년 일본으로 넘어가 유품정리업체 키퍼스에서 정리법을 배워 3년 뒤 한국으로 넘어와 사업을 시작했다.

이보람 기자 lee.boram2@joongang.co.kr

 

출처 :  중앙일보 https://www.joongang.co.kr/article/25005664

 

동영상 : https://tv.kakao.com/channel/3136280/cliplink/42218422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