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출처 : http://blog.naver.com/bestbright?Redirect=Log&logNo=100150074447 >
< 동아일보 2012. 2. 2. A21면 상부 / 게재되어 있음 >
공백이 뚜렷하다 / 문인수
해 넘긴 달력을 떼자 파스 붙였던 흔적 같다.
네모반듯하니, 방금 대패질한 송판 냄새처럼 깨끗하다.
새까만 날짜들이 딱정벌레처럼 기어나가, 땅거미처럼 먹물처럼
번진 것인지 사방 벽이 거짓말같이 더럽다.
그러니 아쉽다. 하루가, 한 주일이, 한 달이
헐어놓기만 하면 금세
쌀 떨어진 것 같았다. 그렇게, 또 한 해가 갔다. 공백만 뚜렷하다.
이 하얗게 바닥 난 데가 결국,
무슨 문이거나 뚜껑일까
여길 열고 나가? 쾅, 닫고 드러눕는 거?
올해도 역시 한국투자증권,
새 달력을 걸어 쓰윽 덮어버리는 것이다
문인수 시인
1945년 경북 성주에서 태어나 1985년 <심상> 신인상을 받으며 등단했다. 1996년 제14회 대구문학상, 2000년 제11회 김달진문학상, 2003 제3회 노작문학상을 수상했다. 시집 <늪이 늪에 젖듯이>(심상. 1986) , <세상 모든 길은 집으로 간다>(문학아카데미, 1990) , <뿔>(민음사, 1992) , <홰치는 산>(만인사, 1999) , <동강의 높은 새>(세계사, 2000) <쉬>(2006년 문학동네) <배꼽> (2008. 창비)가 있다
[출처] http://blog.naver.com/gulsame?Redirect=Log&logNo=50082063969 좋은 시를 소개하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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